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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노는 세상

나의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

 

나의 한국현대사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먼저 자신의 출신성향부터 밝힌다. 그래야 보다 더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친절한 배려다. 59년 돼지띠 프티부루조아(소자산계급)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55년간을 5·16과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과 4·19, 5·18과 민주화를 대표하는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객관성을 잃지 않는 매의 눈으로 저술하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라도 읽는 이들은 보다 더 진보성향을 자극하는 현대사를 읽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중립적이다. 객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2012년 대선을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는 철학적·문화적 분립이자 역사의식의 대립이라고 주장하며,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를 인권을 폭력으로 짓밣고 자유를 억압한 독재자로만 평가하지는 않는다. 김종필이나 이인제 같은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변절하는 정치인일지라도 인정을 해야 하는 정치적 업적도 있음을 상기 시켜준다. 그리고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평가 즉, 햇볕정책의 근간을 마련한 정권으로 인정하고 노태우 정권부터 대북정책의 올바른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며 참여정부를 이끌었고, 열린우리당과 국민참여당을 발기하고 진보세력의 통합을 꿈꾼 진보성향의 정의당의 진성당원인 저자의 이력으로 볼 때 정치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심각해진 인구문제와 민둥산이 어떻게 하여 빽빽한 삼림을 자랑하는 금수강산으로 변모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생충 박멸에 대한 역사의 기록도 박정희의 공으로 돌려 들려준다. 40대 이상은 채변봉투에 대한 향기 나는 기억들이 되살아 날것이다. 저자는 정치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다.

 

통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주장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독일통일의 설명은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한 저자의 이력 때문에 한 층 더 신뢰를 더해준다. 독일통일은 서독이 막강한 경제력으로 동독을 집어삼킨 흡수통일이 아닌 동독정권, 동독 국민들이 변화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기다려준 합의통일 이였으며, 이는 서독의 통일정책-김대중, 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과 같은-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가 가져올 폐해를 지적함으로써 논리적인 설득력은 더해진다. 저자의 시크한 농담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 그 먼 드레스덴에 왜 갔는가?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이 55년간 참여자로 살아온 삶이 투영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실감과 진정성은 증폭 된다. 역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서울역 회군에서 심상정 의원과의 육두문자 만남, 총학생회 사무실을 지키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은 독자가 그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참관인이 아닌 참여자로 살았던 저자의 삶이 이 책을 살아있는 기록으로 만들었다. 참고문헌에 대한 저자의 친절함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참고문헌도 여러 번 등장한다. 현대사의 사건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충실한 안내자료가 될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세월호 사태를 이야기하며 공감과 공명을 말한다. 좀 더 추한 대한민국에 살지 않기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공감과 공명의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감과 공명이 아우르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젊은이들의 고차원적인 욕망과 공감의 능력이 진보적인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하며 저자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욕망과 의지에 달려있음을 새겨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 공명하고 싶어하는 동시대의 벗들에게 외친다. 벗이여,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나도 그의 벗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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